[J플러스] 입력 2016.11.15. 15:18 수정 2016.11.15. 16:45
-커피와 문화의 만남은 아직도 계속된다.
“아! 그것은 나에게 기쁨을 주는 향수로다. 그들이 근처에서 커피를 볶을 때 나는 문을 열고 그 모든 아로마를 마시려는 마음에 들뜬다.”
커피 향(香)을 남다르게 즐긴 ‘장자크 루소(Jean Jacques Rousseau, 1712-1778)’의 말이다. 필자 역시 길을 가다가도 어디선가 커피 향이 코끝을 스치면 발걸음을 멈추기도 한다. 물론, 그 향(香)이 살아있을 때의 일이다. 커피 향이 살아 있는 곳. 필자는 지난 주말 영종도의 운서역 앞에 있는 한 커피숍의 문을 열었다. 루소(Rousseau)처럼 들떠서.
커피, 문화와 만나다
이 커피숍은 사람들에게 맛있는 커피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하면서 ‘커피와 문화의 만남’을 위해서 정성을 쏟고 있다. 현재 열리고 있는 전시회(10. 23-11. 25)의 테마는 ‘아무 것도 없는 빈곳’ 즉, 공간(空間)이었다.
“인간의 삶이 아무 것도 없는 빈 공간에서 시작되고 각기 저마다 공간의 틀 속에서 삶을 지속시키지요. 그러나 아무 것도 없는 빈 곳이지만, 때론 아무 것도 없는 빈 곳이기에 자신만의 삶이 존재할 수 있습니다.”
정미영 작가
필자의 질문에 수줍어하는 정미영(48) 작가의 말이다. 작가는 그러면서 ‘빈 공간에는 자신만의 시간이 담기고 때론 추억으로 남아 아련한 향수를 불러일으킨다.’라고 강조했다. 맞는 말이다. 꽉 찬 것보다는 빈 공간이 있어야 채워지지 않겠는가.
이러한 ‘커피와 문화의 만남’을 기획한 박양우(48) 사장은 전시회의 의미를 다음과 같이 소박하게 밝혔다.
박양우 사장(좌)과 장종오 작가(우)
“지난번에도 말씀드린 바와 같이 영종도라는 곳이 아직 문화를 느끼기에는 지역적인 한계가 있지 않습니까? 그래서 이 지역 사람들이 맛있는 커피를 마시면서 음악을 즐기고, 나아가 그림까지 감상할 수 있는 문화공간의 의미를 부여하기 위해서 전시회를 열고 있습니다.”
월별로 개최되는 의미 있는 전시회
1회 장종오_이씨문양
지난 6월의 첫 전시회는 장종오 초대 개인전(6. 8-7. 6)이었고, 두 번째는 정연화(46) 수채화(水彩畵) 전시회(7. 7-8. 18), 세 번째는 오진순(51) 초대전(9. 25-10. 22)이었다. 하나같이 잔잔하면서도 깊이가 있는 중견(中堅) 작가들이다.
2회 정연화_강매의 오후 25X26cm
“처음에는 커피숍의 인테리어 정도로 생각하시더군요. 그런데 4회째에 이르다보니 그림을 감상하시면서 이것저것 질문을 하시는 분들이 많아졌습니다. '커피와 문화의 만남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측면에서 기분이 매우 좋습니다.”
3회 오진순_BEYOND 1609
4회 정미영_Tide of emotion Ink
박양우 사장의 얼굴에 웃음꽃이 피었다. 그러면서 그는 ‘다음 전시회도 이미 준비를 마쳤다’고 했다.
부활 그리고 희망...전시 공간은 중요하지 않아
오는 26일부터 연말까지 열리게 될 전시회에는 기존의 장르를 뛰어 넘으며 마음껏 기량을 넓히는 김태윤(53) 작가의 초대전이다. 주제는 ‘부활 그리고 희망’이다.
어쩌면 지금 벌어지고 있는 우리의 현실을 대변하는 주제이기도 하다. 김 작가는 그의 작품 세계처럼 대화의 장르도 종횡무진(縱橫無盡)이었다.
김태윤 작가
“어이없는 정치인들의 행보, 그림 잘 그린다고 생각하는 가수, 개념만 생각하는 무 개념의 미술 평론가... 빈익빈(貧益貧) 부익부(富益富)의 세상 아닙니까? 몸과 마음이 편한 날보다는 불편한 날이 더 많죠. 그래도 기적을 믿으며 희망을 그리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썩은 소나무에서 돋아나는 새싹을 '부활'이라고 했다. 이어서 의미 있는 한마디를 던졌다.
앞으로 전시될 김태윤의 부활 그리고 희망
“지난 12일 시청 앞 광장을 갔습니다. 누가 부른 것이 아니라 저절로 간 것입니다. 거기에 모이신 시민들의 함성이 천지를 뒤흔드는 것 같은 거대한 울림으로 느껴졌습니다. 이 또한 새로운 대한민국을 열어갈 부활의 함성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김 작가의 '부활'은 일반적인 것이 아니라 보다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었다. ‘돌연변이는 자연의 진화를 부추기고, 못된 이들의 담금질로 생이 단단해져 가고 있다’고.
이날 한자리에 모인 작가들은 ‘전시 공간은 별로 중요하지 않다’고 했다. ‘커피를 마시면서도 그림을 감상할 수 있는 시대로 변해가고 있다’는 것이다.
“커피 향에 젖으면서 오랜 시간 동안 머무르고 싶은 곳. 그러한 곳에 그림이 동행한다면 참으로 좋은 문화 공간이 되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흔쾌히 작품을 걸게 되었습니다.”
이구동성(異口同聲)으로 ‘고정의 틀’을 깨는 작가들의 말에서 ‘부활과 희망’이 엿보였다.
세계 3대 커피가 등장해
대화가 무르익을 즈음 박양우 사장이 오늘을 위해서 로스팅한 세계 3대 커피 예멘의 ‘모카 마타리(Moch Mattari)’의 아로마가 커피숍의 공간을 물들였다.
커피를 내리는 박양우 사장
‘반 고흐(vincent van gogh)가 좋아했다’는 이 커피는 일본에서 ‘커피 룸바(coffee rumba)’라는 가요곡으로 유명하다. 1958년 베네수엘라의 작곡가 호세 만소 페로니(Jose Manzo Perroni)가 작사 · 작곡했다. 원곡은 ‘커피를 갈면서’이다.
“콩가(conga) 마라카스(maracas)의 즐거운 리듬/ 남국(南國)의 정열의 아로마/ 그것은 훌륭한 음료 커피 모카 마타리/ 모두 양(陽)의 기운(氣運)으로 마시고 춤추고/ 사랑의 커피 룸바”
이 노래에서 ‘콩가’는 남미의 타악기를 말하고 ‘마라카스’는 남미의 리듬 악기를 의미한다. ‘콩가’와 ‘마라카스’는 없었으나 베토벤 현악 4중주가 분위기를 돋우었다. 커피와 문화의 만남은 이렇게 밤늦은 시각까지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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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http://news.joins.com/article/20875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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